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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유년 가득, 유모차를 추억하다
2013-07-02 12:03:57최종 업데이트 : 2013-07-02 12:03:57 작성자 : 시민기자   신연정
장마철이다. 비좁은 집 여기저기 쌓여있는 물건들만 단정하게 치워도 눅눅한 일상이 좀 산뜻해 지기 마련이다. 치수가 작은 옷들, 찢어진 우산이며 날개가 부러진 오래된 선풍기 등 분리수거 함으로 직행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유독 아이들 유모차만은 버리는 것이 망설여진다. 

올 해 나이 8살, 6살, 사실 아이들이 유모차를 안탄 지는 꽤 오래전 일이다. 현관 한 귀퉁이에 일자 모양으로 접어 보관한 것이 벌써 여러 해, 두 아들들이 돌아가며 돌 되기 전부터 애용했으니 낡을 대로 낡아 누굴 주기도 민망하다.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걸 왜 어쩌지 못했을까? 
생각해 보니 아이들 어릴 적 사진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녀석이 바로 이 유모차다.

첫 째가 태어날 때, 몇 백만 원을 호가하는 유모차들이 대유행이었지만, 튼튼하고 안전해서 실속파들이 많이 사용한다는 요걸 구입했다. 파란색 등받이와 어깨 보호 끈이 참 예뻤다. 
부서질 듯 작은 아가를 태우고, 낮잠도 재우고 간식도 먹이고, 서너 살 적 우리 아이들에게는 유모차가 바로 침대요 식탁이요 놀이감이었다. 

두 살 터울 형제로 태어나다 보니 유모차를 둘러싼 다툼도 잦았다. 서로 다리 아프다며 유모차를 타겠다는 거다. 동생이 태어나고 어리광이 늘 대로 는 첫째와 형이 아무리 그래봐야 유모차는 어린 내 차지라는 걸 너무나 잘 아는 둘째, 형제의 팽팽한 줄다리기를 달랜 묘책이 있었으니 바로 두 녀석을 동시에 태우는 거다.

아이들 유년 가득, 유모차를 추억하다_1
아이들 유년 가득, 유모차를 추억하다_1

아이들 덩치가 그다지 크지 않을 때라 둘이 타고도 씽씽 잘도 달린 것이 고마운 유모차다. 비가 올 때는 더욱 효자다. 우산 쓰는 것이 서툰 아이들 유모차에 쏙 들어가면 우리 부부 빗속에서 산책도 할 수 있었다. 
겨울엔 유모차가 든든한 승용차였다. 두툼한 담요에 비닐 바람막이면 어린이집까지 아이가 따뜻하게 갔다. 두 아이가 여러 수 백 번, 잠을 자고 깬 곳, 고요히 앉아서 나무와 바람과 수 백 명이 넘는 사람을 바라 본 곳. 지금은 낡아 볼품없어 졌지만, 우리 아이들이 사랑했던 유년의 벤치다. 

내가 어렸을 적엔 자주색 포대기가 있었다. 큰 장미가 수놓인 자주색 포대기에 업혀 잔병치레가 많았던 나는 한밤중 응급실로 갔던 기억이 난다. 우리 엄마도 포대기를 볼 때 내가 생각나고 내 언니들이 생각났을까? 포근했던 포대기를 생각하니 너무 까마득해서 점이 돼 버린 내 유년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천식으로 고생하며 밤새 가쁜 숨을 고르다 결국 병원으로 향했다. 산동네에 버스도 택시도 없던 시절 포대기를 둘둘 감고 무작정 달렸을 엄마를 생각하니 이제야 애틋하다. 그렇게 나도 자랐다.   

아이들 유년 가득, 유모차를 추억하다_2
아이들 유년 가득, 유모차를 추억하다_2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유모차를 내 놓으며 다시 한 번 요조조모 살펴본다. 
여전히 튼튼하다. 깔깔대는 아이들 웃음소리도 들리는 것 같다. 길을 가다 보면 유모차를 의지해 다니시는 어르신을 종종 뵙는 데, 우리 아이들 유모차도 저리 쓰이면 참 좋겠다 싶다. 건강하게 자란 아이들과 함께한 물건이니, 그 누가 의지해도 든든할 것만 같다.

그러고 보니 우리 엄마도 유모차를 의지해 다니실 연세다. 지지난 해 칠순을 넘기셨으니 말이다. 

아이들 유년 가득, 유모차를 추억하다_3
아이들 유년 가득, 유모차를 추억하다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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