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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 소녀, 집으로 돌아가다
아이와 엄마, 모두 행복하길 빌어요
2009-01-06 23:05:10최종 업데이트 : 2009-01-06 23:05:10 작성자 : 시민기자   안명수

가출 소녀, 집으로 돌아가다_1
가출 소녀, 집으로 돌아가다_1
지하철 대합실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민소매차림의 아이.
밖에는 눈을 동반한 비까지 내리고 사람들은 종종걸음을 재촉한다.

시간이 얼마나 흘렸을까? 어디선가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 사이로 뛰어 들어가더니 또래아이들과 그들만의 인사법으로 인사를 나눈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발" "*끼야"등의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우리 세대가 듣기에는 욕이지만 그들 사이에서는 표준어 보다 더 자주 쓰는 말이다.

그 아이들 중에는 아주 앳돼 보이는 여자아이가 있다. 중1학년 쯤 돼 보이지만 그들 사이에서는 아주 발랄하고 활동적인 존재인 것 같다. 온갖 심부름을 도맡아서 하고 앵벌이를 하라면 하는 시늉까지 하니 참 안타깝다.

아이들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흩어진다. 앵벌이를 시작한 것이다. 아이들이 무서워서 돈을 주는듯한 사람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야단을 치기도 한다. 한참을 그러던 아이들은 우르르 어디론가 사라진다.

조심스럽게 대합실 주위를 돌고 있던 아주머니가 내 옆에 앉더니 아이들이 갔느냐며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건넨다.
아까부터 지켜보았다고 하는데, 바로 그 여자아이 엄마이다.
3년 전 아버지와 이혼하고 직장생활을 하느라 아이를 돌보지 못한 탓으로 아이가 가출하여 여기서 생활한다고...
아이를 보니 너무 미안하고 안쓰러워서 다가서고 싶지만 아이에게 더 큰 상처를 줄까봐 다가서지 못하고 혼자서 토요일이나 일요일이면 멀리서 얼굴이라도 보는 것이 낙이라고 한다.

어머니는 한없이 눈물을 흘리더니 우르르 몰려오는 아이들을 보며 서둘러 나갔다.
그리고 어쩌다보니 아이가 내 옆에 앉게 돼서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 보았다.
"학생은 몇 살이야?"
아이는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15살이요. 집은 없어요" 짧게 대답한다.
말하고 싶지 않다는 투였다.
조심스럽게 엄마 이야기를 했다. 어느새 눈물이 글썽해진다. 흘러 내리는 눈물은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받아들여도 될까?

호주머니에서 전화번호와 돈3만원을 꺼내 아이에게 전했다.
"아까 어머니가 전해달라고 하시며 주신 돈이야"
아이가 혹시 집에 올 차비가 없어서 못올까?하는 어머니의 노파심이다 .

난 아이에게 저 아이들하고 헤어지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이 길로 아줌마하고 나가서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자. 아이들이 널 보내 주지 않는 거라면 아줌마가 지금 너하고 가줄게. 응?"
아이를 타이르고 함께 밖으로 나와 남양주 가는 버스에 올라 동행 했다.

버스에 오르자 아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서는 잠을 청했다. 도착할 무렵 아이 손에 꼬깃하게 접혀진 채 들려있는 종이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다.
아이 엄마에게 정류장으로 오라는 말과 함께 아이의 안부를 전했다. 아이를 엄마에게 인도하고 다시 차에 올라 자정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와 편한마음으로 잠을 청했다.
차가운 겨울날의 군고구마처럼 가슴이 따듯했다.
집으로 돌아간 아이와 엄마, 모두 행복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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