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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던 그랜드 센트럴 역
2015-06-29 02:33:02최종 업데이트 : 2015-06-29 02:33:02 작성자 : 시민기자   이명선
보석처럼 박힌 별들이 쏟아진다. 마당에 놓인 평상에 멍석이 깔리고 쑥대에 불이 붙여지면 매캐한 연기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면서 기침과 눈물을 동반한다. 다행히 코끝으로 전해지는 쑥 냄새에 멍석에 등을 대며 하늘을 보면 한 무리의 별들이 내게로 떨어진다. 어린 나이에도 별의 반짝임이 주는 아름다움에 빠져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나 둘, 별 셋을 세다 잠이 든다. 이슬 머금은 찬바람이 이른 아침을 깨워주면 어느새 빛났던 별들이 사라진다. 

지금은 별이 낮에도 떠있는 붙박이 별로, 항성임을 알지만 그땐 그 많은 별들이 어디로 갔다가 밤이면 다시 나타나는지 궁금했었다. 밤하늘을 그리면 누구든 검은 하늘에 ☆모양을 하나 가득 그린다. 많은 다각형 중에 유독 5각형 모양으로 그리는 이유에 대해 설왕설래하지만 그리스의 수학자 '피타고라스'가 처음으로 그렇게 그렸다 하니 그의 혜안이 새삼 놀랍다. 

오각형의 꼭짓점들을 서로 마주 보게 연결하면 우리가 그리는 별모양이 나온다. 가장 완벽한 모양이 가장 아름답다는 황금비율로 그려졌다니 원형의 태양과는 다른 매력이 느껴짐이 당연해 보인다. 받아쓰기 100점 맞았다고 별 5개를 큼직하게 그려주시던 선생님처럼. 

'별'이 빛나던 그랜드 센트럴 역_1
100년의 역사를 지닌 그랜드 센트럴 역의 외경
 
한동안 별을 잊고 살다가 헤아릴 수도 없는 별들을 보고 어린 날에 별을 세던 밤의 기억이 뉴욕 한 복판에서 다시 피어났다. 올려다 본 둥근 하늘에 짜잔 모습을 드러낸 별들이 콕콕 박혀있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도 보고, 목을 더 빼어 쳐다보아도 반짝이는 별들의 향연이 펼쳐지는 유토피아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별 하나가 길을 잃고 내 어깨에 살포시 내려앉아 잠들어 있다고' 했던 목동의 별이 이곳, '그랜드 센트럴 역'에 무수히 뿌려져 있다. 

'그랜드 센트럴 역'은 뉴욕 중심부에 있는 기차역으로 승강장 숫자를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역이라 한다. 장거리 여객 수송 기차의 전성기에 지어졌다가 다른 교통수단의 증가로 쇠퇴기에 들어섰다가 대대적인 보수 후에 쇼핑몰, 마켓, 레스토랑 등 상업시설이 더해져 오늘날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100년이 넘어가는 긴 역사를 갖고 있는 역을 보면서 '옛날에 있었던'이 아닌 '오늘도 함께' 할 수 있음은 우리들의 힘이란 생각이 든다. 오래된 아름다움이 주는 멋을 잊지 않으면서 현재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전통과 현대의 맛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일이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 

'별'이 빛나던 그랜드 센트럴 역_2
2500개의 별이 빛나는 천장
 
역의 규모와 겉모습의 웅장함도 놀랍지만 제일 맘에 들었던 것은 천장에 있는 2500개의 별이다. 많은 별들이 빛나는 하늘 아래서 올려다보는 기쁨은 표현이 안 된다. 
화려하지 않은 하늘에 은은히 빛나는 별들은 돔 형태의 천장에서 정성어린 이의 손길에 의해 탄생했다. 촘촘히 박혀있는 별들의 향연을 보면서 양팔을 벌려 별들을 안아보았다. 비록 품에 안기는 별은 아닐지언정 그들이 들려주는 별자리 이야기만으로도 두둑해지는 포만감이 느껴진다. 실제 밤하늘의 별자리를 그렸다기보다는 장식적인 요소가 강하다. 그러나 충분히 한 여름 밤의 꿈을 꾸며 바라보는 별이 주는 상징적 의미를 던져주고도 남는다. 

'별'이 빛나던 그랜드 센트럴 역_3
승강장의 위용이 느껴진다.
 
하늘의 별보기가 끝났다고 볼거리가 끝난 것이 아니다. 비록 2층 높이의 건물이나 대부분의 열차가 지하로 진입하는 구조를 갖추었기에 해리포터의 9와 3/4 승강장을 연상케 한다. 마법이 통할 것 같은 느낌에 정류장으로 내려서며 떠나는 이가 되어 기차에 올라타고 싶은 충동도 생겼으나 시커먼 철로를 보는 순간 시선이 자연스레 다른 곳으로 이동하며 멈춰선다. 

'별'이 빛나던 그랜드 센트럴 역_4
함께 별을 본 가족
 
중앙홀에 위치한 안내소의 대형 시계다. 시계값이 2000만 달러가 넘는다는 말에 도둑맞으면 어쩌나 하는 쓸데없는 걱정이 든다. 하루 드나드는 사람이 몇십만 명인데 감히 누가 손을 댈까 싶다가도 보석박힌 비싼 시계의 시세에 신경이 쓰인다. 시계에 대한 설명을 듣다보니 이곳에 있는 모든 시계는 1분씩 빠르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힘들게 기차를 타려고 왔는데 잠깐의 시간 차이로 기차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시계 바늘을 조금 빨리 돌렸다는 것이다. 정확성보다는 배려하는 마음을 택한 감성이 돋보인다. 

큰 높이의 아치형 창문도 시선을 끌어당긴다. 벽에 있는 채광창으로 들어오는 태양빛에 의해 천장의 별이 반짝이면 그 또한 멋진 풍경이 연출이 된다는데 저녁시간이라 그 장면을 보지는 못했다. 

오페라 하우스의 계단 양식을 본 따서 만들었다는 대리석 계단에서 영화를 찍듯 딸을 힘 있게 안아도 주고, 사진 찍는 명당자리란 곳에서 모처럼 가족사진을 찍기도 했다. 평상에서 보던 별이, 스테파네트가 보던 별이, 목동이 꿈꾸던 별이 여전히 아름답게 추억되는 이유는 순수함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반짝거리는 별을 보면서 욕심을 부릴 만큼 악하지 않은 인간 본연의 모습을 우리는 다 알고 있다. 

기차를 타고 이동을 하는 사람과 관광객들이 함께 어우러져 별이 빛나는 밤을 추억할 수 있음이 '그랜드 센트럴 역'이 가진 가장 큰 자랑거리가 아닐까 싶다. 한 번 스쳐 지나는 곳이 주는 스산함 대신 서로의 온기가 느껴지는 곳에서 설렘을 안고 오고갈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역의 기능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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