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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처럼 살다
수원시 선경도서관 주관, 백창우와 굴렁쇠아이들이 꾸미는 이오덕, 권정생 노래마당에 다녀와서
2015-10-06 17:36:45최종 업데이트 : 2015-10-06 17:36:45 작성자 : 시민기자   신연정
'딱지 따 먹기 할 때/ 딴 아이가 내 것을 치려고 할 때/ 가슴이 조마조마 한다. 딱지가 홀딱 넘어갈 때/ 나는 내가 넘어가는 것 같다...' '딱지 따 먹기'라는 백창우님이 쓴 노래다. 아이들 마음을 조금의 과장이나 꾸밈도 없이 솔직하게 표현했다. 
작곡가 백창우와 '굴렁쇠아이들'이 보여주는 무대는 언제나 이렇게 있는 그대로 소탈하다. 지난 2일, 팔달구 신풍동 선경도서관에서 마련된 이번 무대는 우리나라 대표 아동 문학가인 이오덕, 권정생 선생님을 기리는 노래 마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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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창우와 굴렁쇠아이들 노래마당 중
 
'나는 조그만 똥이지만/ 강아지 똥이지만/ 흰둥이가 누고 간 강아지 똥이지만/ 소달구지 지나가는 골목길/ 담 밑 구석자리에 놓인/ 못생긴 똥이지만...' 
권정생 선생님이 쓴 동화 '강아지 똥'을 읽고 백창우 작곡가가 만든 '강아지 똥'이란 노래다. 덤덤한 목소리로 굴렁쇠 아이들이 한 음절 한 음절 불러 넘기니, 그림책에 한 장면도 생각나고 지난봄에 보았던 노란 민들레도 떠오른다. 

'우리말 쉬운 말/ 쉬운 말을 해요/ 어릴 때부터 쓰던 말/ 강아지와 하던 말/ 강아지도 알아듣는 말/ 냉이 민들레 할미꽃 제비꽃 머루 다래 으름 도토리...' 
우리말 연구가 이오덕 선생님의 시에 곡을 붙였다. 노랫말만큼이나 곡도 예쁘다. 어릴 때 부터 쓰던 쉬운 말을 하자는 말에 뜨끔하다. 우리 동요보다는 영어 동요를 틀어줬던 엄마 였으니 말이다. '굴렁쇠아이들' 노래는 참 착하다. 착하다는 말은 의미가 여러 가지다. 

순하다. 믿음이 간다. 사랑스럽다. 아이답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그냥 착한 노래다. 지난 추석에 가족들과 함께 노래방에 갔었다. 초등학생인 우리 집 아이 둘과 사촌 조카들이 함께였는데 아이 다운 노래보다는 이별, 사랑, 슬픔, 방황을 담은 가요를 너무나 매끈하고 자연스럽게 불렀다. 

일곱 살 어린 조카가 부르는 '겨울 왕국'이나 '뽀로로' 등 만화 영화 주제곡이 그나마 어린이다웠다. '굴렁쇠 아이들'이 부르는 이런 착한 노래는 왜 아이들 마음 밭에 스며들지 않았을까? 엄마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어릴 때부터 가요를 많이 들려준 것이 문제였나 보다. 

괜스레 아이들에게 미안해진다. 우리 땅에서 난 먹을거리를 챙겨주고 읽는 책들도 나름 착한 책을 골라주려 애썼는데, 아이들이 듣는 노래는 그냥 어른 감성을 그대로 옮겨주었다. 
웃자란 벼가 열매를 맺지 못하듯 웃자란 아이들 마음이 텅 비어 바스라 질까 걱정스럽다. 공연이 끝나고 아들 손을 잡으며 반성을 많이 했다. 이렇게 아이들 마음을 담고 있는 예쁜 노래가 있는 데, 안내해 주지 못한 것, 참말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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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처럼 살다' 기획전시
 
도서관 한 편에는 '이오덕-권정생-하이타니 겐지로' 3인의 특별전도 함께 열렸다. '하이타니 겐지로'는 일본을 대표하는 아동 문학가로 '태양의 아이',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등을 썼다. '아이처럼 살다'라는 주제로 마련된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들의 자필 원고와 유품, 사진, 동화책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선경도서관에 이어 오는 13일 부터는 광교 홍재도서관에서도 같은 전시회를 볼 수 있다. 아이처럼 산다는 것은, 착하고 자유롭게 산다는 말 일거다. 착한 우리 아이들을 착하지 않게 만드는 것들이 참 많다. 어른처럼 웃자란 아이들도 많다. 어른인 내가 할 일은 아이가 아이처럼 살 수 있도록 지켜주는 것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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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11/29 광교 홍재도서관에서 '아이처럼 살다' 전시회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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