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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샘 도서관 ‘부모님과 함께하는 하천여행’ 이야기
2015-11-12 15:06:48최종 업데이트 : 2015-11-12 15:06:48 작성자 : 시민기자   신연정
올 해 두 아이와 함께 참여하고 있는 권선동 '지혜샘 도서관' 프로그램이 있다. 한 달에 한 번 토요일에 '부모님과 함께하는 하천여행'이 바로 그것이다. 
보통 도서관 프로그램하면 짧게는 하루, 단기 특강부터 길게는 2~3개월 정도 진행하는데, '하천여행'은 비록 한 달에 한 번이긴 하지만, 무려 9개월이 걸린다. 꽃피는 봄 3월에 시작해, 낙엽 지는 초겨울 11월에 마무리 된다. 

수업은 원천천 주변에 살고 있는 식물과 곤충, 물고기와 나무 등을 관찰하고 채집한 후, 채집한 자연물을 보고 그리거나, 지우개 판화로 새겨 찍거나, 스텐실을 하는 등 주로 미술 활동을 한다. 
봄에는 버들가지를 꺾어 피리를 만들고 나뭇가지를 통해 물 흐르는 소리를 들었다. 겨우내 납작하게 엎드려 있던 냉이와 애기똥풀 등 로제트 식물도 관찰했다. 
여름에는 족대를 들고 하천에 사는 물고기를 잡고, 가을에는 낙엽과 열매를 주워 색 색깔로 꾸며주는 활동을 했다. 매미 소리 요란할 때는 매미를 잡고, 잠자리가 짱짱하게 날 때는 잠자리를 잡고, 노린재부터 여치에 나비까지 온갖 풀벌레와 함께하는 시간이 지나갔다. 

수업이 토요일이기 때문에, 종종 아빠들도 함께한다. 곤충과 물고기 수업이 있는 날! 아빠, 엄마의 마음 깊숙이 숨어있던 동심과 야생이 한데 살아난다. 누가 아이인지, 누가 어른인지 모를 만큼 깔깔댄다. 
꽃목걸이와 꽃반지를 만들고 나뭇가지로 땅 파기, 하천에다 돌 던지기 등, 아이들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 놀기도 한다. 
마치 옛날 하천변에 살았던 아이들처럼, '하천 여행'을 하는 단 하루만은 아이들과 부모...모두가 천변사람이 된다. 원천천을 둘러싸고 있는 아파트 숲이 낯설 만큼, 하천 곁에 있으면 하천만 보인다. 뭐라 표현할 수 없지만, 몰입하게 하는 힘이 있다. 

지혜샘 도서관 '부모님과 함께하는 하천여행' 이야기_1
물고기 몰이: '하쳔여행'을 하는 하루는 아이, 어른 모두 천변사람이 된다.
 
아이와 함께하는 수업이라고 하면, 부모의 역할은 아이들의 안전이나 활동을 보조하는 역할을 주로 맡게 된다. 처음에는 나도 이 역할에 충실했다. 그런데 한 여름, 하천에서 물고기 잡기를 한 날로부터 나 역시 부모가 아니라 아이로 변했다. 어부복을 입기는 했지만 다리 사이로 살랑 거리는 물길이 다 느껴졌다. 흐르는 물을 따라 물고기 몰이를 하고, 족대에 걸린 피라미와 밀어 등을 잡으며 그렇게 신기할 수 없었다. 
동네 하천에 이렇게 많은 물고기들이 살고 있었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계절이 바뀌듯 아이들도 자란다. 

곤충만 보면 달아나기 바빴던 아이들이, 채집통 가득 노린재며 방아깨비 등을 넣고 찬찬히 살펴본다. '색깔이 정말 예뻐요.' '귀엽게 생겼어요.' '집에 가져가서 키울래요.' 여러 이야기가 쏟아진다. 
도토리가 쏟아지는 계절, 도토리에 눈, 코, 잎을 그려주고 산수유 열매를 몸통으로 하고 잔 나뭇가지로 다리와 팔을 만들어 인형을 만든다. 예쁜 봄꽃을 갖고도 뭘 만들 줄 몰라 쩔쩔매던 아이들이 이젠 자연물로 뭐든 표현하는 데 익숙하다. 정답이란 없고, 잘한다, 못한다 구별도 없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을 걸 하면 된다는 걸 이제 아이들은 안다. 

지혜샘 도서관 '부모님과 함께하는 하천여행' 이야기_2
도토리와 산수유로 만든 인형
지혜샘 도서관 '부모님과 함께하는 하천여행' 이야기_3
단풍잎과 열매로 만든 왕관
 
2015년 '하천여행'도 11월 28일, 단 한 번의 수업을 앞두고 있다. 겨울 초입에 여행은 끝나고, 새해 봄꽃 필 무렵 다시 새로운 여행이 시작될 것이다. 
두 아이에게 물었다. '내년에도 하천 여행 계속 할래?' 두 녀석이 '네'라며 합창을 한다. 또 어떤 새로운 사람들과 자연과 연을 맺게 될 지, 원천천의 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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