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기다리고 기다렸던 추분이 다가왔다. 햇빛은 쨍쨍한데 공기가 차가워서 신선한 것이 자는 내내 내 방에 뿜어졌던 이산화탄소들을 이 차가운 공기들이 정화 시켜주는 것 같다. 나는 저녁 노을이 살며시 지는 초저녁의 느낌을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데, 여름 내내 낮의 길이가 밤의 길이보다 훨씬 더 길어서 초저녁의 어두컴컴한 느낌을 한동안 느껴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내가 겨울보다 여름을 싫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제 추분 절기가 시작되면, 낮의 길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시점이기 때문에 이제 6시정도 되면 슬금슬금 노을이 깔리고 세상이 거뭇해지는 걸 맘껏 운치 있게 구경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여름에는 낮의 길이가 너무 길어가지고, 저녁 8시에도 이게 낮인지 밤인지 구분 못할정도로 밝을 때가 있어서 저녁노을도 제대로 못 봤지만 밖에 운동을 하러나가거나 활동하기가 수월하긴 했다.
하지만 이제 추분을 기점으로 하루하루 지날수록 밤의 길이가 낮의 길이보다 길어지니까, 밤 7시만 되도 깜깜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초저녁 노을은 한 5시부터 깔리기 시작할것이고 초저녁 노을의 운치를 감상하며 운동하러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단 평소에 운동을 하러 나가는 시간도 조금 앞당겨야겠다.
아마 학교 운동장에 운동하러 나오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시기가 계절마다 다른데 여름에는 8-9시가 가장 많아 보였고 이제 밤의 길이가 길어지니 사람들이 5-6시에 많이 몰릴 것 같다.
그런데 추분절기와 춘분절기를 혼동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오늘은 '춘분'이야!라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이 분명히 주위에 한둘씩은 있을 것이다. 한자어를 생각해보면 쉽다. 가을추와 봄춘을 기억해보면 쉽게 구분이 갈 수 있을테지만 가끔 혼동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꼭 춘분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말해주도록 하자.
그리고 두 절기의 공통점을 굳이 뽑으라면 추분과 춘분은 밤과 낮의 길이가 같은 것이 공통점이다.
그런데 추분과 춘분중 어느 절기가 상대적으로 더 더울까?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봄 보다는 가을이 좀 더 추울수 있겠다라고 단정 지어서 추분이 더 추울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는 달력상으로 따져 봤을 때 9월 말인 추분절기와 3월말정도 되는 춘분절기를 비교 했을때 3월보다는 9월말이 추울거라 생각할 수 있다. 나도 처음엔 생각 없이 바로 추분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추분은 여름이 막 지나간 후의 절기이고, 춘분은 겨울이 막 지나간 후의 절기이기 때문에 춘분이 훨씬 춥다. 아마 체감 온도상 으로는 엄청난 차이를 보일 것이다. 그래서 추분과 춘분때의 옷 스타일이 확 다를 것이다. 일단 춘분은 나중에 생각할일이고 추분절기인 오늘을 시발점으로 풍성한 곡식들을 거두기 시작할텐데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마음도 풍성할 것이라 예상된다.
농촌에는 집집마다 새빨간 고추를 말리고 밤송이는 저마다 입을 쩍쩍 벌리고 나좀 드시오라고 속삭일것이다. 이번년도 농작물이 잘 되었는지 나는 모르지만, 작년보다는 더 많은 곡식들을 거두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